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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Sep 07. 2021

토스 디자인 컨퍼런스
Simplicity 21 그 후기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토스의 첫 비대면 디자인 컨퍼런스 Simplicity를 열었다.

나에게도, 우리 팀에게도 처음이었던 비대면 디자인 컨퍼런스.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공유하고자 한다.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

처음 컨퍼런스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은 작년 겨울에 들었다.

토스는 디자인 시스템으로 유명한 조직인만큼, 꽤 무거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스케치라의 속도

는 점점 느려졌고, 툴의 한계도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시 많은 팀들이 figma로 이동하는 추세였기에

 그리로 옮기는 것도 검토해봤지만 figma 역시도 미묘하게 원하는 바를 모두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Framer위에 구축된 TDS

그러던 중 framer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 후 모든 디자인 시스템을 framer로 옮기고 완전히 다른 세상을 꿈꾸기 시작했다.


동시에 새로운 홈 화면에 대한 실험도 한창이었다. 너무 복잡해진 토스의 첫 화면을 깔끔하게 비워내고 사용자가 정말 원할 기능만 넣어 토스 제품의 core value인 simplicity를 달성하고자 함이 목표였다. (그렇다, 이게 바로 컨퍼런스의 이름의 유래다)


같은 시기 토스의 새로운 폰트도 제작 중이었다. 모바일, 금융 환경에 최적화되지 않은 폰트로 제품 디자인을 하는데 한계를 느껴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향을 담아 폰트에 녹이고자 했다. 문자와 사이즈가 똑같은 숫자, 국문과 굵기가 똑같은 영문, 아이콘과 같은 글리프, 고정폭 숫자가 바로 그것이었다.

토스 프로덕트 산스를 제작한 브랜드 디자이너 지윤님

그 외에도 굵직한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이런 재미있고 놀라운 일들을 토스 안에서만 알기가 아쉬웠다. 디자이너들이 어떤 툴을 쓰는지, 홈 화면 개편은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안드로이드 폰과 아이폰의 폰트가 달라 생기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모두가 궁금하고 재미있게 느낄만한 주제였다. 이런 결실들을 잘 정리해 세상에 알리고, 디자이너들과 함께 이야기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래 컨퍼런스를 열어보자!

하지만 작년 겨울 즈음엔 컨퍼런스에 담을 프로젝트들이 모두 끝나지는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6개월을 더 기다려, 올해 4월 기획팀을 꾸리고 kick-off를 할 수 있었다.


레퍼런스가 전무한 비대면 컨퍼런스

적은 인력, 빠른 스케줄로 컨퍼런스를 열었던 경험은 그 전에도 있었다. 2017년 비핸스 포트폴리오 리뷰와, 2019년 토스에서의 Toss, Design, System 이 그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비대면 컨퍼런스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몰랐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ㅎㅎ) 가장 큰 도전은 비대면 컨퍼런스의 레퍼런스가 없다는 점이었다. 참고할 수 있는 영상 형식의 컨퍼런스는 WWDC 정도가 있었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컨퍼런스의 모습과 딱 맞지는 않았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잖은가. 우리가 만드는 컨퍼런스가 어쩌면 앞으로 나올 비대면 컨퍼런스의 레퍼런스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코로나라는 위기 상황을 기회로 변모해 "영상" 형식에 최적화된 컨퍼런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조건들은 아래와 같았다.


테크닉이 아닌 발상의 과정을 전달하자.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디자인 툴을 어떻게 쓰는지는 이미 시중에 많은 클래스들이 있다. 이런 내용은 보편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토스의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기대할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뭘까'라고 자문해보았을 때 그건 "왜"에 대한 대답이었다.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왜 이렇게 디자인했을까?"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우리가 밟았던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며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지를 함께 여행하듯 바라보고 싶었다.


최대 길이가 10분이어야 한다.

1시간짜리 드라마의 5분 편집본이 나오는 시대다. 영상의 속도에 민감한 만큼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영상의 길이가 10분 이상으로 길어선 안된다고 보았다. 물리적으로도 영상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노동력이 더 많이 든다. 긴 영상 포맷으로 5개의 이야기를 할 것인지, 짧은 포맷으로 20개의 이야기를 할 것인지의 기로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짧은 영상 길이에 대한 좋은 피드백을 많이 들을 수 있었기에 이 선택은 탁월했던 것 같다.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은 하지 말자.

대면 컨퍼런스에서 흔히 하듯 키노트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었다. 그 편이 더 쉽고 익숙한 형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상"이라는 포맷을 활용해 더 가까이에서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키노트를 활용하면 구체적인 정보의 전달에 더 집중하게 되어 전체 내용이 다소 딱딱해지기 쉽다. 그보다는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포맷을 선택했다.


이렇게 Simplicity는 4월 15일에 첫 kick off 해 8월 30일 세상에 나왔다. 준비에만 약 5개월, 제작 참여 인원은 28명의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컨퍼런스 제작 스케줄. 정말 열심히 만들었다.


특별한 디자이너들의 목소리를 들어봐

"여기에 배너를 달면 매출이 늘어요."라는 목소리에는 설득의 힘이 있다. "A안보다 B안이 더 탭을 많이 하니까 B안을 선택하자"라는 지표 중심의 결정도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사용자 경험이 해쳐지니까 다르게 합시다"라는 이야기는 생각만큼 납득시키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디자이너의 목소리는 쉽게 들리지 않는다. 때로는 매출을 말하는 디자이너가, 지표를 잘 보는 디자이너가 더 우월한 디자이너인 듯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공급자가 아니라 사용자로서 어떤 앱을 쓸지 말지를 결정할 때는 전적으로 사용자 경험에 의해 판단한다. 많은 앱들이 왠지 조금 느려서, 광고가 많은 게 귀찮아서, 내가 찾는 게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서 결국 홈 화면의 구석에 처박히게 된다.

이런 숫자로 만져지지 않는 미세한 사용자 관점을
본능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자이너는 특별하다.


놀랍게도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이런 본능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지점을 더 격려하고 싶었다. 디자이너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을 실현했을 때 얼마나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 사용자를 중심에 두고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는 어떻게 생각을 펼쳐나가는 지를 말이다.

나아가 비록 토스에서 개최하고 토스의 디자이너들이 말하는 컨퍼런스지만 "그들만의 이야기"로 여겨지진 않았으면 했다. 모든 디자이너가 공감하고 설레는 내용을 담아 "디자이너"라는 직군을 조명하고자 했다. 그래서 각 세션의 주제인 Obsession, Detail, Extramile, Paradigm Shift를 성향 테스트로 만들어 보는 분들로 하여금 자신의 잠재력이 어디에 있을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성향 테스트를 공유해주셔서 기획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아 뿌듯했다.


디자인 성향 테스트

마지막으로 이렇게 디자이너가 의견을 내고 뜻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준 팀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이너만 등장하기보단 함께 제품을 만든 프로그래머, PO, BDM 등의 분들을 모셔 목소리를 담았다.


모든 일이 끝난 뒤, 제작 에피소드

이렇게 폭풍 같던 5개월이 지나갔다. 본업을 유지하면서 컨퍼런스까지 준비하느라 때로는 주말에도 만나 대본을 짜기도 했고, 회의실에서 남몰래 카메라를 켜고 촬영 연습을 하다 들켜 서로 놀리기도 했다. 제작 과정 중 있었던 재미있는 일들을 몇 개 풀어보면,

일정이 너무 촉박하게 진행된 나머지, 오픈을 하루 앞둔 29일에도 편집이 한창이었다! 사전 신청은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는데 최종 영상이 나온 세션이 하나도 없어서 무척 스릴 넘치는 경험이었다. (ㅋㅋ) 제대로 가슴 졸이긴 했지만 우리 영상팀이 결국에 해낼 것을 믿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반응이 가장 좋은 세션은 인터널 제품을 만드는 강영화님의 "우리가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제작할 때는 이 세션이 이렇게 좋은 피드백을 받으리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청자분들은 사용해볼 수 없는 토스 내부 툴에 대한 이야기다 보니 잘 전달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들 인터널 제품으로부터 오는 고충을 공감했는지 생각지 못한 좋은 반응을 얻어 무척 기뻤다.

영상에는 정말 멋있게 담겼지만 사실 토스팀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캐주얼한 차림으로 다닌다. 그래서 영상 촬영 날 모두 처음으로 서로가 화장한 얼굴을 보게 되어 그 생경함에 적응하느라 한참이 걸렸다 ㅎㅎ 

한창 촬영 중인 UX 리서쳐 서연님


마지막으로 하나 더

Simplicity 사이트에 남겨주신 질문들을 추려 답변을 해드리는 Q&A 세션이 아직 남아있다. 소통하는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쉬워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기획해보았다. Q&A 영상은 9월 중 올라올 예정이니 궁금하다면 토스팀 Youtube 채널을 구독하는 것도 좋겠다. 


아직 Simplicity를 보지 못했다면? 지금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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